2009년 01월 07일
OJ the prolog - 2
1일째. 귀가 ~오후
[배경 하늘]
덥지도 춥지고 않은 애매모호한 계절, 봄.
겨울의 차가웠던 한파가 사라지고, 새오룬 생명이 도래하는 5월의 후반.
뭐, 이미 성질 급한 몇 몇 꽃들은 피고 져버린지 오래된 약간은 늦은 봄이지만, 그래도 곳곳은 녹음이 짙게 피어올라오는 따뜻한 계절이다.
“그러면 조심해서 살펴가세요.”
작게 열려진 성당문을 뒤로한 수녀님이 작별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혼자가셔도 괜찮겠어요? 아직 이쪽길도 다 못외우셨을텐데...”
“아니, 약간 헷갈리는 한두군데 빼고는 거의다 외웠어요. 뭐, 이곳에 온지 슬슬 일주일이 다되가니깐요.”
괜찮다는 제스쳐를 내보이며 수녀님을 안심시켜 보인다.
확실히, 부임첫날이라고는 하지만, 이런저런 서류상의 문제라던가, 이런저런 지낼만한 거처라던가, 이런저런 사정이라던가 하는, 지극히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올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지내게될곳의 주변정도는 미리미리 외워두는것이 앞으로 지내는데 불편이 없도록 해주겠지.’ 라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로 주변의 이곳저곳을 둘러본 덕분에,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라면 적어도 길을 잃고 헤메는 일은 없을정도로 상당히 지리에 익숙해졌다고나 할까...나...
확실히 누군가를 걱정시킬만한 레벨은 아니다.
“뭐, 서너살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길을 잃어버린다거나 하지는 않으니 걱정마세요”
그럼, 이만.
하고 수녀님을 뒤로한채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순간,
“아참,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갑작스레 무언가 생각난듯, 수녀님이 나를 급하게 불러 세운다.
“뭔가 하실말씀이라도...?”
“깜박잊고 말씀 못드릴뻔 했네요. 그동안 쌓인 서류라던가 이런저런 공지서 같은게 상당히 밀려 있으니, 가능하면 내일은 10시이전까지 늦지않게 오시라는 주교님의 말씀을 깜박잊고 말씀 못드렸네요”
“아아, 네...”
‘확실히 내일부턴 힘들지도...’라는 약간의 불안감과, ‘그래도 오늘은 무난했다’라는 안도감이 한데 섞여, 머릿속이 약간은 복잡해지는것을 느끼며 건물밖으로 발을 내딛는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네, 그럼 안녕히..”
끼익-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성당의 출입문이 닫히는걸 뒤로 하며, 교회밖으로 걸어나갔다.
[배경변환, 배경 거리1]
-타박타박
빠르지도 않은, 그렇다고 느릿느릿하지도 않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거리를 걷는다
“아버지도, 주교님도 도대체 무슨생각인거지?”
일손이 부족하시다는 주교님의 연락을 받고, ‘지인인 주교님의 부탁을 거절할수도 없는 노릇이고해서, 안그래도 인사이동좀 하려던 차에 잘됐다.’ 며 뜬금없이 어렸을적 살던 고향으로 짐싸서 보내버린 아버지나,
막상 짐꾸리고 정착해서 무슨일 때문에 불렀냐고 물어보니 ‘아버지는 잘 계신가?’
‘이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했었지?’부터 시작해서,
‘마침 젊은 일손이 필요해서 부득이한 경우로 불렀네.’ 라느니,
‘뭐, 자네 아버지의 부탁도 있고 하니, 아무쪼록 부지런히 있어주게, 하하하핫...’
이라는 뜬구름 잡는 부탁을 받고 나서, 약간은 혼이 빠져나간 멍~한 상태에서 억지로 납득이 되어버린듯한 기분이 되어버린채 자신을 쫒아내버리는 주교님이나,
다들 무슨생각들을 하는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뭐, 지금으로써 생각할수있는건 단순한 취임발령같은건가?”
아니면, 강등처분이라던가 휴가라는 의미의 인사이동일수도 있다.
확실히 자기가 어렸을적 살던 곳으로 보내는건 강등이라는 단어와 상당히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게다가 지인의 부탁으로 보내는거니, 단순히 사람이 적은 곳으로의 출장같은것일지도 모른다.
사제라는게 호봉이 얼마냐 하는가에 먹고사는게 정해지는것이니, 강등이라고 하는것은 의미같은것도 없다, 게다가 신의 말씀을 섬기는 성직자들의 세계라는게 은근히 심오해서, 한곳에 주저앉아 죽을때까지 눌러앉는 경우도 있지만, 이쪽처럼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이런저런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정착도 못하고, 평생 떠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뭐, 더 이상의 변경사항이라던가 하는게 없다면, 이쪽도 전자처럼 주욱- 눌러앉아 살게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거나 뚜렷히 나타나는게 없으니, 잡생각은 잠시 밀어두자.
“하아, 이런것 저런것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플뿐이지, 뭐...”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꽉차서 지끈지끈 거리는 머리를 가볍게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내 버린다.
그리고 기운빠지는 한숨으로 잡생각까지 모두 토해내, 다시 처음의 생각으로 돌아간다.
“내일 10시이전까지라면 그럭저럭 넉넉한 시간인....데?”
(-쿠웅~!!)
{OTL 좌절 CG}
으윽, 새...생각나버렸다...
아무래도 주교님이 “마침 젊은 일손이 필요해서 부득이한 경우로 불렀네.” 라던가,
“‘이녀석을 맘 내키는대로 부려먹어도 상관없으니 맘대로 부려먹게나’ 라는 자네 아버지의 부탁도 있고 하니, 아무쪼록 부지런히 있어주게, 하하하핫...” 라면서 말한 ‘일손’이라는게 성당의 회계와 장부, 그리고 공지서와 기타, 중요하지 않은 서류의 잡무 같은것이었다.
얼마만큼의 ‘근무시간’ 같은게 아닌, 쌓여있는 일거리의 ‘분량’만큼 처리하는것이다.
이쪽이 오기 이전까지 그런쪽에 익숙하지않은 주교님이나 수녀님들이 구구주먹식으로 처리해왔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변통같은것뿐이라 상당히 난항에 봉착해있었다고 하니, 내일부터 얼마나 많은 일거리가 쌓여있을지 생각만해도 기운이 빠져버린다.
확실히 조금전,
[배경 성당]
(수녀님)“아까 여기서 하는일이 뭐냐고 물으셨죠? 아무래도 신부님은 회계라던가, 서류및 잡무같은걸 하실거예요.”
(수녀님)“에에, 잠시만요. 견본이 여기 있을텐데....
아, 찾았다. 이거예요. 이거.”
수녀님이 서랍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곧 상당한 분량의 종이뭉치를 꺼내 보였다.
종이에는 각각의 다른숫자들이 백백히 적혀있어, 작게는 백단위부터 많게는 만단위가 훌쩍넘는 숫자들이 적혀있었다.
“으음, 7세이하 유아반 애들수업에 쓰는 숫자놀이 인가요?
이야~ 요즘 유치원생들은 천단위 덧셈뺄셈도 할줄 알...”
(-퍼엉!)
“크, 크으으으으으으~ 가, 갑자기 왜 때리시는 거예요?!”
“이건 애들놀이용 숫자종이가 아니라, 회계 장부예요, 회계장부!!
내일부터는 지출이라던가, 사무기록같은걸 하실테니 , 미리 알려드리는거예요.”
“이, 이.....숫자들로 빼곡한 종이뭉치들을 기록하고, 정리하라는...건가요?”
“역시 이해가 빠르시네요. 그럼, 내일부터 수고해주세요 (웃음)”
“아, 저기. 수녀님?! 기, 기달... 자, 잠깐만요오오오~”
[배경 거리1]
“하아..”
괜히 한숨만 쉬고 이다고 해도 소용이없다. 뒷일은 될대로 되라지, 오늘은 집에 돌아가 다못푼짐니아 마저 정리해야 한다. 내일 어떤숫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하느님만이 아는사실이겠지.
“에라, 집에나 가자.”
기운없이 터덜터덜거리며 걷고있는 다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평소처럼 골목길을 지나 왼쪽으로 꺽으면 평소처럼의 공원이 나올...
[거리2]
아, 공원이 아니라 다른 골목이 나왔다. 으음, 잠시 다른생각을 해서 그런가? ‘조심해야겠군’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꺽는다. 이번에야 말로 공원이 나온다.
[거리1]
.......이번에야 말로 공원.
[거리2]
.........이번에야 말로.
[거리1]
이번....
[거리2]
공..........
[거리1]
{OTL 좌절 CG}
하느님, 길을 잃어 버렸습니다.
땅바닥에 털썩- 하고 주저앉고 싶어질만큼의 좌절감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회상)
“뭐, 애도 아니고, 길을 잃어버린다거나 하지는 않으니 걱정마세요.”
“하긴, 정말로 서너살 먹은 어린애마냥 칠칠맞게 길을 잃어버린다거나 하지는 않겠죠.(웃음)”
“저기요, 수녀님. 제가 좀 덜렁대긴 해도 그렇게까지 칠칠맞진 않아요.”“후훗. 농담이예요, 농담.”
(회상끝)
...라는 가볍게 지나가던 농담이 현실이 돼어버렸다.
그야말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할 참으로 애매모호한 분위기의 해프닝인것이다.
물론, 그일의 주인공은 정말로 난감한 기분이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곳에서의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아니, 전혀 생각지도 않았기에 (귀가에 대한 생각을) 생긴결과일지도…
“하아~ 이런곳에서 쭈그려 뭉그적 대봤자 딱히 무슨수가 생기는것도 아니니...”
확실히 여기서 계속 있어봤자 건가 달리 뾰족한 수가 생기는것도 아니고,길가면서 주위사람에게 길을 물어본다건가,
자신이 알고있는 길에 우연히라도 지나치길 바라는게 그나마 조금더 현실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럼 확실히, 생각만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한다.
검은 신부복 여기저기의 흙먼지가 묻은곳을 팡팡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웃차, 어디로 가볼까?”
1.좀더 큰길로 나가본다.<-(선택)
2.이대로 골목길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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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지나는 곳으로 나가 보는게 낫겠지...
좀더 그럴듯한 해답을 선택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근처를 조금, 돌아다니면서 둘러보니, 눈에 들어보는것은 대로로 연결되는 작은골목.
그곳으로 방향을 돌려 망설임 없이 골목길을 빠져 나왔다.
“아...”
제대로 찾아왔다.
인적드문 꾸불꾸불하게 얽혀진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인간의 파도 .
뭐 거창한 정도는 아니지만 적지않은, 적당한 수의 인차가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적당한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들.
으음. 적당하다고는 하지만, 한산할정도로 적은수의 사람이라던가, 빌빌대며 아스팔트위를 기어가는 자동차라는것 절대 아니다.
거리에는 조심하지 않으면 어깨를 부딪힐것 같은 수의 사람들이 있고, 도로 또한 자세히 귀를 기울이면 바람소리가 이쪽까지 들릴정도다.
하지만,
왠지 적당하다. 라는 느낌이 난다.
튀어나온곳 없이 평안하고 무난한 분위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 지나가며 껌을씹는 딱딱거리는 소리, 다급한 샐러리먄의 거래 내용에 대한 설명, 딱딱한 구두밑창이 내는 빠른 박자의 뚜벅뚜벅, 아슬아슬하게 부딪히지 않은 사람들의 옷깃이 스치는 소리.
「분명, 조용하지 않은데...」
걸음을 늦추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조용한 바람소리를 제외하고는 경적음도 울리지 않는 도로가 눈에들어온다.
부웅이라던가 쌩~ 하는 소리가 이곳까지 생생히 전해진다.
「하지만,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지 않아.」
평범한 일상이다.
누구나 겪기 때문에 평범한 풍경, 평범한 소리, 평범한 색상, 평범한...
단조롭고 지루한 자극들이다.
순식간에 적응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그리고 자각하지도 못한채 반복되고,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반복에, 반복, 반복, 반복, 반복.
「지루해」
이것은 평범한 일상이다.
누구나 겪기 때문에 이상하지 않다.
누구나 지내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
누구나 보내기 때문에 견딜수 있다.
하지만 누구하나 빠짐없이 모두 지니고 있어서...
「재미없어.」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일상.
약간씩 다른 것을 제외하고 거의 비슷한 하루...
그렇기에 평온한 하루.
확실히 그것은...
「조용해」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투욱-)
(화면 흔들림)
“아 죄송합니다”
넘어져 버렸다.
누구가 툭- 하고 어깨를 세계밀치고 지나가, 뒤로 넘어가 버렸다.
“아니, 괜찬습니다.”
말끔해보이는 정장을입은 샐러리맨처럼 보이는 사람은,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고는 미안하다며 고개를 꾸벅인다.
그리고 뭔가 바쁜지, 다시 앞으로 빠르게 걸어나갔다.
아아, 꼴사납다, 잡생각하다가 부디처 넘어지기나 하고말야.
딴생각 하고 걸으니깐 남에게 부딪혀 넘어져도 뭐라 할말이 없다.
그나마 이번엔 무난하게 지나갔으니,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려야지...
가볍게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며 먼지를 털어내고, 이리저리, 어깨라던가 다리쪽도 툭툭쳐낸다.
그리고 먼지를 대충 털어냈다 싶어 다시 발을 내딛었다.
“아아, 뭐야. 쪽팔리게 넘어져 버리기나 하고 말...이...어...?”
(쿠당탕탕-)
(화면흔들림)
제대로 엎어져 버렸다.
넘어질때 각도가 안좋앗는지 허리에서 우둑우둑 거리는 상당히 기분 나쁜 뼛소리가 허리를 휩쓸고 지나간듯한 느낌이 든다.
땅바닥에 다이렉트로 돌진해진버린 얼굴은 욱씬욱씬거리고, 머리는 헤롱헤롱대는 거리는게, 상당히 세계 넘어졌나 보다.
하지만, 아픈것보다 더 슬픈것은, 무심하게 지나가며 슬쩍 한번 지나가든 사람들...이었다.
“으으으... 이번엔 또 뭐가 어떻게 된거야...”
일어나는건 싫지만, 마냥이대로 엎어져 있는건 더 싫었다.
어질어질한 정신이라던가 삐걱대는 몸을 간신히 추슬러서 뭉기적 뭉기적거리며 발에 걸렸던 무언가를 쳐다보니,
(CG)
(음울한 다크포스를 내뿜으며 거적더미를 뒤집어쓴 (전봇대나 콘크리트 부스에 기대고있는)부랑자와 그걸 바라보는 신부정도?)
으워...싫다.
얼핏봐선 아무렇게나 팽개쳐진 거적더미 같지만, 가끔씩 부스럭 거리거나, 자그마한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하니, ‘누가 버리고간 쓰레긴가?’ 라는 생각은 전언철폐.
사람이 있는게 틀림없다.
분명히 누군가 안에 들어있어.
하지만, 음울해보이는 분위기를 풍기는 것 때문일까...
사람들은 기분나쁘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슬슬 피해가며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었다.
왠지, ... 나까지 그(사람)것에 한세트로 묶여서 길가의 쓰레기 취급을 받는듯한 이 기묘한 분위기는 대체...
“아으아으아... 오늘일진이 왜이리 꼬이는거야~”
욱씬욱씬에 어질어질에 지끈지끈 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허약해진 하체부실과 오늘의 운세, 그리고 방향감각과 평행감각의 연관성및 운의 평형성...
아아, 진정하자 진정해.
무의식중에 정신이 현실도피로 날아갈 뻔 했다.
우선은 혼란해진 머릿속을 차분히 정리하고, 몇 번째일지 모를 먼지를 이리저리 털어낸후, 일반적인 순서대로 행동한다.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신가요?”
조심스레 사과를 하지만, 대꾸하나 없다.
순간 ‘빠직’ 하고 분노게이지가 Max에 다다를뻔했지만, 극도의 인내심으로 참아내며 말을 이었다.
“저게 걸려 넘어진건 제 부주의 탓이니, 마음에 두시지 마시고...”
아아, 신경도 안쓰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이제는 힐긋힐끗 쳐다보며 지나가기 시작했다.
왠지 미친놈 취급을 받는달까... 참으로 눈물나는 분위기다..
“죄송하다는 성의의 표현으로.. 이걸로 빵이라도 하나....”
네 주위의 이웃을 도우라는(이웃은 아니지만)성서의 한구절을 실천시키며 최대한 사태를 수습한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부스럭 거리는 거적더미앞에, 주머니에서 꺼낸 구겨진 지폐와 동전 몇개를 거의 던지다시피 놓고는, 도망치는듯한 걸음으로 부리나케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아, 정말이지... 울고 싶어...
차마, 입밖으로 내지못할... 마음속으로만 울려퍼지는 말.
왠지, 모든심정이 담긴 처절한 한마디였다.
달리고,
(배경전환)
또 달리고,
(배경전환)
또 달렸다.
(배경전환)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주위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계속달리고 보니, 문득, 눈에 익은 장소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헉헉헉헉...”
진정되지 않는 세찬호흡을 억누르며 조금 더 달린다.
그러자,
(배경전환)
공원이 나왔다.
이곳저곳에서 피어 올라오는 짙은 녹음사이로 늦은 오후를 즐기는 아줌마들이나,
푸른 잔디위에서 축구공하나를 가지고 뛰노는 아이들,
천천히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햇살을 쬐고있는 노인들.
며칠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머릿속에 익힌, 공원의 이미지 그대로 였다.
“간만에 제대로 된 곳으로 찾아왔네”
정말이지, 힘들었었다.
엉뚱하게 길을 잃어버리지를 않나, 길좀 찾아보러 대로변으로 나가보니, 행인에 채이고, 셀러리맨에 채이고, 부랑자에게 채이고, 몇 번씩 넘어져 창피를 당하질 않나, 도망치듯이 달려간것까지...
이래저래 상당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정작 시간은 그리 많이 지나지 않았는지, 해는 아직도 중천에서 내려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피곤하다, 피곤해... 어디 쉴 만한곳이...”
눈에 익은곳에 와서일까, 아니면 자신이 알고 있는 곳으로 왔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려서일까?
사지가 뼈 없는 해파리마냥 축축처지고 힘이 빠져 후들후들떨리고 있었다.
사지의 마지막 힘까지 내서 공원의 비어있는 벤치를 찾아 거의 주저앉을 듯한 걸음으로 빌빌대고 있었다.
몇분정도 흐느적 거리며 걷자, 때마침 비어있는 벤치가 눈에 들어온다.
온몸의 힘을 쥐어짜내, 벤치까지 걸아가 겨우겨우 벤치에 앉았다.
후아~ 벤치에 앉아 ‘눕는다’ 라는 느낌으로 추욱 늘어져 몸을 기대니, 이제야 살 것 같다.
“천국이 따로 없구만, 이대로 승천해버릴것만 같은 느낌이야”
고개에 힘 하나 넣지 않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배경전환)
오랜만에 보는 하늘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하얗고, 파랬다.
유유자적하게 두리뭉실 떠 다니는 구름이라던가, 그 밖의 파랑밖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고있자니,
“아아~정말로...”
“(누군가 말을 자르며)천국으로 승천해버릴것같은 기분이라니...?”
누군가가 말허리를 자르며 내머리를 옆으로 슬쩍민다.
(배경전환)
그리고, 기운없는 내 고개는 중력의 법칙에따라 벤치의 가장자리를 향해 가속도를 붙여가고 있...
“허억! 가,간신히 살았다.”
최대한 반사신경을 살려 아까까지 벤치를 기대던 머리에... 아니, 머리를 기대던 벤치의 윗부분을 재빠르게 잡아, 관자놀이가 벤치 모서리에 찍히는 대참사를 간신히 막아낼수 있었다.
“여기서 뭐하는 중이야, 신부총각? 상당히 해괴한 자세인걸? 요즘 새로 나온 누워서하는 요가같은거야? 근데, 벤치에서 그런걸 하다니... 뭐랄까, 꼴사나워 보이는 포즈?”
“아니, 그다지 요가 같은건 아니고, 단지 조용히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만, 이걸보고도 뭔가 미안한 마음이라던가 사과 같은 그런 감정같은것은 안생기시나요?”
“미안한 마음이나, 사과...? 아니, 그런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걸? 그저 궁금한 생각 뿐이야, 도대체 무슨의미의 자세인지... 역시나, 요가포즈?”
“요가 같은건 전혀 아닙니다만...”
한순간에 천국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듯한 탈력감에, 아까까지의 재충전이 허사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뭐, 뭐야? 그, 뚱한 표정은? 마치 ‘편히 쉬면서 기력보충을 하는 도중, 난데없이 사람 피곤하게 하는 난폭한 방해자가 나타났다’ 라는 표정같아, 누군가 내가 오기전에 신부총각을 귀찮게 굴기라도 한거야?! 응? 어디있는거야!? 그런 난폭한 심술쟁이는!!(크왕-)”
이야, 악취미다. 이쪽의 전후사정을 뻔히 알고있으면서도, 고의로 건드린거다.
그런 주제에 자신은 전혀 무관한 사람인마냥 저 뻔뻔스런 얼굴이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쪽이 가해자라는건 전혀 알아체지 못할정도의 연기력이다.
“어딨는거냐! 벌써 숨어버린게냐?! 범인은 어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라!”
손날을 날카롭게 세우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행동을 보이며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범인이라고 해봤자, 벤치주위에는 고작두명, 완전무결하게 결백한(동시에 피해자인) 나를 제외하면 단순소거법으로 범인은,
“아줌마 잖수! 범인은”
너무나도 뻔뻔한 행동에 분노가 터져나왔다.
“게다가, 가해자인 주제에 마치...아..?”
하지만, 조금 열이올라 이성을 제어하지 못한게, 치명적인 실수였다.
갑자기 등뒤에서 터져나오는 위화감에 속사포처럼 쏟아낼 예정이었던 말이 중간에 뚝끊기고 말았다.
“이, 이 느낌은...살기?!”
차갑게 스쳐지나가는 예기가 목젖을 지나 갔다는 것을 느꼈다.
재빨리 앉고있었던 벤치에서 일어나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그그그그...)
자, 잡혔다.(너무 빨라!)
뒤에서부터 목을 잡혀 천천히 압박해 들어는 팔을, 전혀 빠져 나오지 못한다.
먹이를 조르는 뱀처럼 조금씩 조금씩 목을 감아 조여드는 팔에 숨이 막혀든다.
“내가 말이지, 아까 딴생각을 하느라, 무언가 잘못들은 것 같은데 말이지, 미안하지만 아까 무슨말을 했는지 다시 말해주겠나? 신부총각”
크윽, 말 한번 잘못했다가 난데없이 질식사를 당하는 상황에 처해버리게 되었다.
“기, 기브업... 기브업..”
손으로 베치를 팡팡치며 항복을 선언해봤지만, 택도없었다.
“오호라, 아까 했던 말이 ‘기브미’라는 뜻 모를 단어야?”
도발행위다. 분명한 도발행위다.
만약, 여기서 분을 삭아내지 못하고 홧김에,
기브미가 아니라 기브업이라고요! 이 아줌마! 라고 소리쳤다가는 그날부로 사망확정이기에, 꾸욱 참아내고 좀더 그럴듯한 대답을 생각해낸다.
“왜, 아무말도 없는거야?”
(-우두둑 -우두둑)
목에서 기분나쁘게 묵직한 뼛소리가 귀로 울려퍼진다.
이, 이사람..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죽일셈인가...
“죄, 죄송합니다, 소연씨.. 한번만 선처를...”
"응? 뭐라고? 이 아줌마는 가는귀가 먹어서 잘 안들리는걸?"
"으, 으욱.. 숨막혀 죽어요.. 진짜로... 잘못했으니깐.. 좀 풀어줘요."
"어머어머, 무슨 소리일까나? 다급한 신부총각을 이 아줌마에게 무얼 바라는걸까?"
"소연누님. 누님은 다급한 이 신부총각을 외면할정도로 냉혹하지 않으신 누님이예요.."
이쪽의 애절함에 가까운 목소리(아부)에 조금은 화가 풀어졌는지,
“흐음, 가까스로 합격점이네, 뭐 이번에는 특별히 봐주도록하지, 하지만 다음엔 국물도 없을줄알아”
라며, 목을 죄어오던것을 서서히 풀더니, 곧 숨을 쉴수 있을 정도로 조르기가 풀러내줬다.
이리저리 졸려졌던 목을 주물럭거린다거나, 혹은 잘못된곳이 없는지 살펴보곤, 아무런 일도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벤치에 앉았다.
“신부총각, 옆에 앉아도 돼?”
소연씨는 이쪽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질문과 동시에 벤치에 앉아버렸다.
하아, 이사람과의 관계는 언제부터 엮여버린거야...라는, 힘없는 한탄과 함께 한숨이 빠져나왔다.
(회상)
“여어! 자네 요근방에서 못보던 얼굴인데, 이사온거야”(웃음)
“어제 이쪽주택가에 이사왔습니다.”
“흐음~근데 이옷은 뭐야? 신부복?”(평소)
“하아~신부구나...”(웃음)
“뭐 잘부탁해, 내이름은 한소연이라고해.(평소) 아, 혹시 나보다 나이가...(진지)”
“하하하핫... 앞으로도 잘부탁해~ 하하하하핫!”(웃음)
“저보다 나이가 더많은...”
“거기까지... (빠직)”
“아, 이거이거... 맛있으니깐 한번 먹어봐...”
“에... 사주시는 건가요? 감사합...”
“누가 사준다는 거야? 자기가 먹는건 자기돈으로 내는게 당연하잖아?”(웃음)
(회상끝)
... 상당히 우울해졌다.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첫 시작이었었군...
그러다가, 이런저런 도움을 받아, 이 근처 길을 외운다던가, 어디엔 뭐가 있다, 어디는 무엇이 싸다던가, 심심할 때 시간죽이는 곳이 어디에 있다던가 하는걸로 친해져, 이런저런 잡담을 나눌정도가 되었다.
라는데 걸린시간이... 잘생각해보니...
닷새도 채되지 않았구나...
“......”
“어어...? 신부총각, 얼굴색이 어두워... 어디 안좋은 데라도 있는거야?”
네, 제 옆에 한명, 좋지않은 사람이 하나있어요.라고 말하면 용서고 뭐고 하는 것 없이, 정말로 살해당하겠지, 아마도...
“아니 오늘 운수가 조금 사납다는 생각이 들어서말이죠, 하하~”
“...? 운수가 조금 사나워? 아, 그러고 보니 옷에 흙먼지가 상당히 묻어있는데, 칠칠맞게 길바닥에서 뒹굴기라도 한거야?”
“에엑! 어떻게 그걸? 본업이 주부가 아니라 점쟁이예요?”
“아줌마니, 유부녀니, 주부니하는, 굳이 하지않아도 될 쓸데없는 말을 내뱉는 얄미운 입이 여기 붙어있는 요 입이냐? 앙?(빠직)”
“아아악... 알았어요, 그런말 안할테니 제발 이 손좀 놔줘요...”
“그래, 믿어보지, 그나저나 뭐가 운수가 사나운건지 자세히 이야기나 해봐”
어지간히 심심했나보다.
괜히 장난걸고 , 이런 사소한 불운의 사건들에 관심을 보이기나 하고 말이다.
바램대로 소박한 여흥거리를 즐기게 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실은 낮에 말이죠, 거리에서 부랑자에게 채여서 엎어지고, 샐러리맨에게 채이고 해서 몇 번씩 이리저리 뒹굴었어요.”
“거리에서, 부랑자? 설마... 무슨 거적데기 같은걸 뒤집어쓰고 길바닥에서 쭈그려 앉아 있는 그, 부랑자?”
저 사람도 알고 있다니, 꽤나 발에 채이나 보다. 그 부랑자.
그녀는, 으으음, 거리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부랑자에 대한 설명을 몇마디 더하기 시작했다.
“으음, 아마도 이틀전인가? 그때부터 거리에서 자리잡고 이래저래 눈에 밟혔었었지. 어제는 공원 공처를 기웃거리면서 나돌아 다니더니, 오늘은 거리라고? 거참, 신출귀물하고만... 그사람...”
“얼굴은 봤어요?”
“아니, 머리끝까지 둘러쓰고 있어서 얼굴은 못봤는데, 몸집이 좀 작더라고.”
“그나저나, 그런 쬐그만 거에 채여 뒹굴어다니기나 하고, 꽤나 조심성 없네, 쿠쿠쿠쿡(웃음)”
“예이, 예이 저는 길가다 지저분해 보이면 뒹굴어 다니면서 청소를 하고 다니는게 취미라서요. 오늘도 더러운 길거리는 참을수없을 정도로 흙투성이 었답니다.”
“비아냥거리는것도 적당히 해둬. 장난삼아 농담을 거는것도 진지하게 받아들인 다니깐... 자고로 인생은 포지티브하게 사는게 적격이야. 그렇게 하나하나 일일이 신경쓰면서 다니다 가는 오래 못산다?”
너무나 긍정적이다 못해 생각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그쪽 분에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은 뎁쇼. 이쪽의 반응이 지극히 노말이라구요.
뭐, 잡담은 슬슬 이쯤에서 접어두고, 본론으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여기엔 뭐하러 왔어요?”
“음, 아... 느긋한 오후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중”
“저는 여유를 즐기는 심심풀이 땅콩이구요?”
“빙고! 자신의 사정을 잘아는데?”
“저는 그럼..이만, 급한 볼일이 생각이 났네요. 슬슬 집에 가봐야겠군요, 안녕히 계세요 오늘 대화 즐거웠습니다.”
“으갸아!! 실언이야, 실언!! 가지말라구!! 사실은 말이지... 네신가? 다섯시쯤에 세일이 있어서 말이지 시간 좀 죽일겸 공원에 산책온 것 뿐이라구, 그 와중에 신부총각이 눈에 띈 것 뿐이고 말야...”
“에...? 세일.?”
“응, 뭐를 세일하는지는 까먹었는데? 100명인가? 150명인가 한정 판매로 굉장히 싸게 팔더라구. 후후훗,”
오늘도 뭔가를 실컷 사다놓을 것 같다. 그리고 실컷 사재기한 재료들로 또다시 며칠간은 같은 식단에, 같은 반찬과 같은 재료들로 이루어진 지옥의 밥상이 차려지겠지.
그걸 자랑스럽게 말하고, 실행시키는 소현씨도 참으로 대단하다... 랄까.
아아,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를 불쌍하신 낭군님이시여. 삼가고인의 명복을 미리 빌어드리겠습니다. 아멘
“그럼 저도 슬슬 지갑이라던가 챙기고 다시 돌아올게요, 에에, 입구쪽에서 기다리면 되죠? 그럼 다녀 올게요”
웃차, 하는 가벼운 기합소리와 함깨 기력충전된 다리를 일으켜 세워, 벤치에서 일어난다.
뒤이어 소현씨도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툿쳐내며, 먼지를 철어낸다.
나도, 먼지를 털어낼까하다가, 이미 구질구질 하게 된거, 그냥 넘어가기로했다.
“에에, 먼저 가서 기다릴게, 얼른 와! 그럼 바이바이~신부총각”
몸을 털까말까 고민했던 그 찰나에 벌써 저만치나 멀리까지 간 소현씨가 뒤를 돌아보며 손을 휘휘 흔들있었다.
“늦으면 죽여버릴 거니깐, 각오라고 신부총각”
“웃는 얼굴로 그런 살 떨리는 소리 좀 그만해요! 그리고 신부총각이라는 소리는 그만 하세요!
이름도 아닌 별명으로, 언제까지 신부총각, 신부총각, 하실꺼에여?!”
“(냐하하핫-)벌써 신부총각이 입에 익어버렸는걸? 그럼 먼저간다~ 안녕~!!”
“아직 제말 다 안끝났어요!!”
아, 가버렸다.
이쪽의 말 같은건 상큼하게 무시하고는, 룰루랄라 하면서 공원을 빠져나왔다.
뭐, 한두번 이러는 것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이러니 어째 금방금방 익숙해져만 가는 자신이 불쌍할 따름이다.
“민폐야 민폐, 이곳저곳에 민폐라고...”
본인에게 들리지 않을 한탄만을 내뱉으며 이쪽도 공원 밖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길을 잃을 걱정도 없이 다이렉트로 집을 향해 가는것 뿐 이다.
가자!
# by | 2009/01/07 07:31 | Over Justice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