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07일
OJ the prolog - 3
집, 도착. ~오후
(검은화면)
“지, 집이다.”
얼마나 고달팠는지, 정말이지 힘든여정이었다.
넘어지고, 채이고, 밟히고, 졸려지고, 협박당하기까지...
그렇게까지 고생한 끝에 다시 밟는(불과 5,6시간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주택가였다.
(집을 밖에서 본 배경CG)
주택가에서 조금 외진 곳에 있는 이곳이 앞으로 내가 신세를 질 집이다.
위치가 위치다 보니, 사람도 조금 적고, 이런저런 공터 때문에 적막하다는감이 상당히 있긴하다.
하지만, 조용하고 차도 거의 없는게 나쁜만큼 좋은것도 있는것이다.
뭐, 확실히 이런 외진 주택가라면 어지간히 큰일이 있지 않고서야 거리가 사람으로 가득메워진다. 라는건 좀처럼 일어나지는 않겠지.
뭐, 그밖에도 이런저런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닥치고 생략.
사소한것까지 따지고 들자면 책 한권을 쓸만큼이나 많지만, 말하기가 귀찮다.
괜히 하나하나 신경써봤자 득 될것도 없으니, 생각 없이 사는게 스트레스도 쌓이지 않고 정신건강상 좋다.
게다가 이번엔 최대한 빨리 채비를 하고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목숨의 위협까지 받고 잇으니...
이번에 상당히 신경을 거스린게 마음에 걸린다랄까.
뭐, 그쪽도 그렇고 이쪽도 거의 반장난으로 여기지만...
나머지 반은 장난이 아닌데다가, 태클당하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으니, 피할수있으면 피하는게 좋겠지.
소연씨의 한방한방은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겠지만, 당하는 피해자로서는... 눈물나게 아프다.
그리고 또,
“나원참.. 무슨 잡생각중인거야, 나는...
제대로 가지않으면 신상에 좋은일따위 하나도 생기지 않을텐데.”
머릿속에 떠도는 잡생각따윈 모두 날려버리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집안이라던가 현관)
아무말없이 현관에 들어선다.
‘다녀왔습니다’라는 말이라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격식이라던가 의례같은것을 들어줄 사람도 없는 이집에 그런말을 해봤자...
굳이 억지로라도 한다면, 말할수는 있겠지만 그다지 비효율적인데다가, 귀찮으니 패스.
“갈아입을 여벌옷을 어디다 놔뒀더라....”
흙먼지 투성이인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며 분주하게 집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중간에 검은 화면 으로 한번 깜박. 다시 집안)
“지갑도 챙겼겠다. 뭐 옷도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정갈하게 각을 잡아...(클릭)...보지만 옷은 변한 없이 평퍼짐한 사제복.
물론, 깨끗한 새옷이지만, 무늬하나 틀리지않은.. 똑같은 옷이다.
예고에도 없던 갑작스런 발령에 옷도 챙길새 없이 그저 몸만 오게된 상황 때문에 일어난 결과다.
뭐, 옷이라고 해도 몇벌없는데다가 많이 입어보지도 않아서, 그다지 별 상관은 없지만서도...
억울함이라고 해야할까, 왠지 모르게 울컥울컥하는게...(여기서 다시한번 클릭)... 아니지 아니야..
마음의 평정심. 평정심.
이런일 당해본게 한두해도 아니고, 그냥 좋게좋게 생각해 넘기는게 장수의 비결이다.
자고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이런걸 맘에두고 쌓아가다가 한창 젊은 나이에 ‘꽥’하고 비명횡사해버리면 그야말로 인생의 패배자다. 그러니 사소한 일 따위는 머릿속에서 깨끗이 잊는게 정신건강상 좋다.
“뭐, 채비도 이정도면 충분하겠고, 이제 슬슬 나가볼까?”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시간은 네시 하고도 사십분.
뭐, 상점가(시장)까지 거리는 확실히 넉넉..(클릭)...하다?
잠깐, 잠까안!! 여기서 잠시 계산을 해보자면...
여기에서 상점가까지 걷는데 평소의 걸음걸이로는 이십칠에서 삼십분정도. 뛰어간다해도 이십분이 조금 넘는다.
그렇다면 4:40 + 0:30 + 5:10 - (0:27 - 0:21) = 5:03 = 5:10 - 5:06 = 0:04 = 4 = 死 = DEATH = 죽어?
으.악.
사소한 일 따윈 잊는게 좋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사소한 일따위가 아니었잖아!!
(여기서부터) 게다가 계산한답시고 벌써 2분이 지나가 버렸다. 계산력이 떨어지는거냐, 난? 아니, 그보단 이번엔 확실히 뛰어간다해도 늦어. 지금 몇시지? 또 일분이 지나가 네시 사십삼분. 젠장, 젠장, 정말로 죽는다. 한창 젊을 나이고 뭐고 상관없이 오늘내로 죽을지도 몰라. 아니, 죽을지도 모른다가 아니야. 확실히 죽는다. 미간을 질러 뇌를 진탕하고. 명치를 찔러 심장을 압박한다. 복부에 한방 내장을 뭉갠다. 옆구리에 쏘아내 간장을 부순다 숨골을 꺽어 상실한다. 목뼈를 꺽어 이탈한다. 용천에 바숴. 정수리에 망각. 호흡에 절박. 쇼크사, 구타사, 출혈사, 교사, 참사, 독사, 소사, 분사, 참사, 요사, 장사, 폭사, 익사,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死......
(여기까지 잘 못읽을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페이지 넘김)
“끄아아아악!! 이러다간 정말로 교살당할지도 몰라!”
다섯시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인생최후의 유서가 될지도 모르는 마지막 말을 외치며 현관으로 뛰기 시작했다.
정말로... 다섯시까지 도착할수있을까?
현관을 나서며 불연듯 떠오르는 감정은 불안감이었다.
(검은화면)
“앗차차. 지갑, 지갑... 하바터면 지갑을 놓고 갈뻔했네.”
앞으로 타임리미트 십오분. 오늘, 살아남을수 있을까....
"아, 여기야 여기"
손을 흔들며 자신이 여기있다고 소리치는 소연씨가 눈에 띄었다.
내쪽에선 보지도 못했는데 소연씨는 언제 나를 봤는지, 이쪽을 향해 내게 손짓을 하고 있는 것 이었다.
"신부총각! 여기라니깐? 정말, 어디로 가는거야? 어이이~ 신부총각~"
...하지만, 조금 도가 지나치달까...
저렇게까지 팔을 붕붕 휘두르면서 큰소리로 부르면 주위의 시선이 모여들잖아...
게다가, 이런 상태로라면 부담스러운 시선이 나에게 까지 다가온다구.
확실히, 조금만 주위깊게 살펴보면 소연씨 주위의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걸 멀리있는 이쪽에서도 눈치 챌 지경인데, 왜 본인은 눈치챌 기미도 보이지 않는걸까?
아, 시선이 점점 더 이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소연씨와 나를 번갈아 스윽- 훑어보면서 조용히 부담스러운 시선을 보내온다.
으으윽... 소연씨와 나 사이의 사람들이 서서히 물러서며 소연씨라는 모세가 인파라는 바다가 가르는 듯 보이는 건 내 착각 이려나...
-스스스스.
착각이 아니다.
점점더 줄어들고 있어.
아무래도, 이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려고 잠시 자리를 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쪽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전계였다.
"이럴땐..."
"나뭇잎을 숨기려면 숲으로..."
조용히 사람들 틈에 섞여 이 자리를 빠져나가는 거다.
택시를 타서 단축시킨 시간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이런 상태라면 확실이 늦은 것도 아니고, 단지 이 부담스런 시선을 잠깐 피해 보자는 건데 그걸 이해 못 할 만큼 소연씨가 속 좁은 사람은 아닐 테니까.
"우아! 도망간다!"
케엑, 들켰다?
웅성거리는 인파 사이로 슬며시 녹아들어 갔는데도 소연씨는 단박에 내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외쳤다.
도대체, 어떻게 찾아낸거지? 사람들 속에 확실히 섞였다고 생각했는데?
소연씨는 마치 내가 하얀 종이위에 떨어진 잉크 한방울인 것처럼 정확하고 확실하게 나를 찾아낸 것이었다. 절대로 까지는 아니여도 쉽게 날 찾아낼수 없을 텐데... 하지만 어떻게?
으으... 걸린 이후에 열심히 어리 굴려봤자 헛수고다.
쏟아질 주변의 시선 따윈 얼굴에 철판깔고 무시해버리자.
더이상 소연씨를 피했다간 이것과는 비교도 안될 괴성이 나오거나, 주위 사람들이 태풍에 휩쓸리는 나뭇잎 마냥 휘청휘청 날아 갈 만큼 질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보다 더 심하면... 아니, 아니, 부정적인 생각은 이제...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아득해져가는 정신의 끈을 간신히 붙잡았다.
"예에~ 소연씨... 여기예요 여기..."
힘 빠진 목소리로 소연씨에게 작게나마 손을 흔들었다.
"역시, 신부총각이었구나~ 정말 다행이댜. 날 보고 피하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랬다구"
아니, 잠시 뿐이지만 피한건 맞아요...
"왜 그렇게 크게 소리를 지른 거예요?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쪄려구요"
"으응~ 절대 아닌 걸. 신부총각 인줄 단박에 알아 챘다니깐?"
"거짓말, 내 옷에 이름표가 달려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슬쩍 훑어보는것 만으로 단박에 찾아 낸다는 거예요?"
"후후후훗... 이 몸은 어렸을 적 소위 매직아이 라고도 불리는 뛰어난 관찰력의 소유자로써... 동네 술래잡기에서..."
"으에~엑. 센스 최악. 누가 그런 별명을 붙여준 거예요? 정말 유치..."
-퍼억
순간, 옆구리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바디 블로우...
나는 급작스런 고통에 제대로 무어라 말도 못하고 옆구리를 부여 잡은채 부들 거리며 주저 앉으려는 무릅을 간신히 지탱할 뿐이었다.
"서.. 설마..."
"예에~ 에에~ 최악으로 센스 없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만, 뭔가 신경쓰이는게 있으신지요?"
그런것 따윈 신경 쓰지 않겠다는 미소로 대꾸하는 소연씨. 하지만 묘하게 일그러진 눈매라던가 작게 씰룩거리는 입주위를 보고 그걸 수긍할 사람이 있을까?
그런얼굴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봤자, 입가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도 털어내지 않은채 "엄마가 심부른 시킨돈 잊어버렸어~" 라고 말하는 어린아이 보다 더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뭐 사실대로 말하자면 단번에 알아 챌수밖에 없잖아? 신부복이니깐..."
"어딜가나 척보면 눈에 들어온다구"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소연씨는 약간 툴툴 거리는 표정으로 간단하게 정론 했다
"그, 그런..."
잊고있었다.
이런 옷차림이라면 어딜가나 한눈에 알아볼수있을 텐데, 전혀 잊고있었다.
옷차림이라던가 상태를 조금만 신경써서 살펴 보면 단번에 눈에 띄인다는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것이다.
최근, 같은 옷차림으로만 있는데다가 갈아입는다 치더라도 똑같은 옷들뿐이라서 거의 신경을 끈 상태였었지.
"이제 (세일)시간도 다되가고 하니 슬슬 들어가자.. 오늘은 세일 하는게 꽤 많으니깐, 간만에 상다리 휘어지게 실력발휘좀 해볼까?"
소연씨, 자제해요 자제.. 제대로 실력발휘 하는것까진 좋은데... 그렇게 했다간, 오늘 저녁
낭군님은 죽어나갈지도 모른다구요"
([페이드아웃-시장안)
"좋아! 오늘메뉴의 메인인 생태랑 새우 확보!
자아, 다음 목표는 청과상이다!"
"......."
"뭐야. 신부총각? 왜 대답이 없어? 빨리가지 않으면 세일중인 대파랑 버섯을 놓치게 된다구!
지금상황으로 보건데, 서두르지 않으면 대파랑 버섯이 빠진 생태찌개가 된다구! 빨리빨리 움직여!"
"우, 우오..."
"좋아! 그런기백이야! 빨리빨리 따라와! 청과상은 이쪽이라구!"
([페이드아웃-시장안)
"좋아 그럼 난 대파 탈환 할테니, 신부총각은 저기~ 저쪽의 버섯을 가져오는거야. 알겠지?"
소연씨가 손으로 가르키는 곳을 보니, 비교적 사람이 없는 한산한 진열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소연씨가 가려는 반대편을 보니,
"저, 괜찮겠어요? 소연씨? 저건좀 확실히 무리가..."
(슬픈음악?)
전쟁터. 이한마디로 압축되는 참혹한 풍경이었다. 마치 사탕에 몰려든 시커먼 개미떼 마냥 바글바글 한 사람들... 아니, 확실히 검은색이니 개미떼 같아보이긴 한다.
한정된 자원(대파)를 가지고 신경전, 고지확보(새치기), 무력행사(밀치기) 가 난무하는 치열한 전투.
승리하면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패하면 미묘한 맛의 눈물을 머금고 먹을수 밖에 없는 저녁.
소연씨는 그런 처참한 지옥으로 발을 내딛으려 하고있었다.
"아참, 그리고 버섯은 팽이버섯으로 사야한다는거, 알지?"
"알고있어요, 하지만..."
"신부총각도 잘알고 있잖아., 이건 나밖에 할수없다는걸...
걱정마. 이런건 이미 충분히 단련됐으니깐... 괜찮을거야."
괜찮을리가... 없잖아...
누구라도 슬쩍 쳐다만 보기만 해도 질려버릴정도다.
그런 인파를 홀로 헤쳐 대파를 가져오겠다는거다, 소연씨는.
그런게... 전혀, 괜찮을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런말을 하기도 전에,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소연씨는 등을 돌린채,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나갔다.
천천히...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자연스런 발걸음으로...
앞을 향해 걸어나갔다.
그리고,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가벼운 미소를 지은채, 손을 흔들며...
그럼 다녀올게...(나래이션 형식으로 풀화면? 감동있는 문구틱하게 속이기?)
(다시 시장안)
"나무아미타불. 만약 죽더라도 세상에 원망말고 부디 극락왕생하기를..."
"아하하하.. 그건 확실히 무리가 아닐듯 싶은데요?"
"그래? 그런가? 하긴, 저사람 성격이면 조용히 성불한다던가 하는걸 기대하기에는 조금 무
리가 있겠지?"
"아마도, '나혼자 죽기에는 이세상이 너무 억울해! 모두 같이 따라가줘야겠어!' 라면서 아
마겟돈이라도 일으킬걸요? 하하핫.. "
"푸하하하하하핫.. 그거야 말로 소연씨 답네.."
뒤에서 팔짱을 낀채 박장대소 하는 청과물 주인아저씨와 함께, 보기만 해도 질릴것 같은 인파속의 소연씨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오래간만인걸, 총각? 꽤 오랫동안 못본것 같았는데...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
"그저께가 마지막 이었어요... 그리 오래된것도 아닌데.."
"아하하핫... 그랬지 참 내 정신 좀 보소 요즘 바빠서 그런지 하루하루가 한달 같아서 말이야... 오늘 들어온 미나리가 싱싱한데 사지 않겠는가? 오늘 저녁메뉴는 보나마나,다들 생태찌개일테니..."
"어떻게 그걸?"
"안봐도 뻔하지. 어물전 김씨가 오늘 생태를 싸게 냈잖아.
그리고 마침 이쪽도 대파라던가 채소를 싸게 내놓으니 오늘 저녁 메뉴는 생태찌개 밖에 더 있겠어? 오늘 말이야, 이 일대 동네 대부분 저녁 메뉴듣 생태 찌개일걸? 하하하하"
유쾌하다는 듯이 크게 웃는 청과상아저씨...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원래 이런 성격이었지...
일주일 전 즈음 소연씨가 동네 구경시켜 준다면서 이런저런 곳을 끌고 다니면서 소개한 사람이 이 아저씨다. 그떄 청과상 아저씨가 했던 말이...
"오라 오라 오라 오라 오라!"
바글바글한 인파 사이에서 정체 불명의 괴성이 터져 나왔다.
굳이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다.
"예스 예스 예스!"
무얼 말하고 싶은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의미 불명의 괴성...
"역시나 변한거 하나 없이 여전 하구먼..."
그때와 똑같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젖는 청과물 아저씨.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변할리가 있겠냐만은... 확실히 소연씨는 여전한 사람 이라고 생각된다.
"하아..."
질린다는듯한 한숨을 내쉬며 난장판이 되어가는 사람 더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팽이버섯이나 보러가야겠다"
아파오는 머리를 지긋이 누르며 버섯이 보이는 진열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박스에 차곡차곡 쌓여진 세일품과는 달리 세일차지 않는 일반 상품들은 진열대 위에 집어가기 쉽게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확실히 그런 탓인지 처음 찾아보는 팽이버섯은 금방 찾아낼수있었다.
"이걸로 충분하려나...?"
미나리나 쑥갓은 소연씨가 알아서 산다고 호언장담하며 읋어댔으니 굳이 알하지 않아도 되겠고... 생태찌개에 무슨무슨 야채가 들어 가려나...
무랑 쑥갓은 이미 샀고 대파는 전투중, 미나리는 청과물 아저씨가 말해 놓겠지.
팽이버섯은 지금 내 손에 있고 남은 것 이라고 한다면
"아 맞다 양파!"
확실히 생태찌개에 양파가 들어간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고 하나, 혹은 둘 정도면 충분하니, 그냥 서비스로 몇개 사두자.
나중에 '아 양파를 안샀다. 다시 청과상으로 가야겠는걸?'이라는 불상사를 미리 예방할수있을 지도 모르니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아니 예방한다.
저럴 가능성도 무시 할 만큼은 못 되니까 말이야... 기왕이면 좋지 않은 가능성들은 미리미리 싹을 잘라 두는게 좋을 것 같았다.
괜한 수고를 덜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벼운 안도감을 느끼며 양파에 손을 뻗었다.
“아?”
양파를 집으려고 하자 옆에서 당황한 듯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본다(선택)
-양파에 뭔가라도 이상이있는건가?
무슨 소리지 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검은 생머리의 여자가 놀란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하늘하늘 거리는 하얀 원피스 계절에 이른 듯한 조금은 추워 보이는 듯 옷차림 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기... 이제 그만 놓아주시겠어요?"
"예...? 놓으라니 무얼?"
하얀 원피스의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아래로 늘여뜨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아... 우와아앗! 죄, 죄송합니다"
양파라고 생각하고 집었던 건 양파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손이었다.
어쩐지, 양파치고는 따끈하고 물컹물컹거린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설마 그게 옆 사람의 손이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안도감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진열대도 제대로 보지않고 아까 봐두었던 어림잠작으로 양파가 있을짐 한 곳에 손을 뻗은 탓이다.
양파진열대에 틀리지 않고 간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누군가가 집은 임자있는 양파에 손을 댄 것이다.
그런것도 모르고 양파인줄 알고 남의 손을 더듬더듬 거렸으니...
"죄송합니다. 그게 양파인줄 알고.. 에 그러니깐 제대로 안보고 뭐랄까, 한눈팔고..."
아아, 말하고자 하는게 주어술어가 뒤죽박죽이라서 제대로 의사 전달이 안돼고 있다.
말도 더듬더듬... 무어라 제대로 의사전달이 안돼고 있다.
왜 이렇게 사건사고가 많은거야, 오늘의 난...
아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훗, 후후후...”
“에.. 왜 웃으시는 거죠?”
그녀가 보기엔 내모습이 상당히 이상해 보이는 것 일까? 애써 웃음을 참는듯해보이지만 조금식 새어나오는 웃음은 막을수 없는지, 쿡쿡거리는 소리가 작가나마 들려왔다.
“아, 그게...”
“사람을 앞에두고 웃는것은 큰 실례입니다만... 마스터?”
우, 우왁! 깜작이야..
뒤에서 누군가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말을 불쑥 꺼냈다.
뒤를 돌아보니, 단정하게 각이 잡힌 와이셔츠와 조끼를 걸친 상당히 딱닥해 보이는 성격의 여자가.. 아니, 정정... 소녀가 서있었다.
“아, 미안.. 그게 실례되는것인걸 깜박하고, 그만..”
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아차... 잊고있었다.라는 제스쳐와 함게 ‘미안’이라고 소녀에게 사과한다.
“이쪽을 보고 하는게 아니예요. 사과를 받아야 하는건 제가 아니라 이쪽에 계신 남성분입니다.”
소녀의 말에 어쩔줄 몰라 난처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나름대로의 변명과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아니,뭐. 잘못은 내쪽이 먼저 했으니깐,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게다가 실은, ”
소녀에게 아까까지의 일들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나마 해주었다.
“그런거였다니, 다행이군요. 실은 이쪽에서 무언가 실례되는일을 하지 않았나, 내심 노심초사 했거든요.”
‘나는, 그런 실례되는 일따위를 할정도는 아니라구.라면서 작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에, 소녀는 안경을 스윽- 한번 고쳐매고 뒤를 흘겨본다.
그러자 그녀는 움찔하고 놀라고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채 입을 다문다.
“아, 아하하하하..”
조금 부담스러운 분위기에 무어라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그저 머리를 긁적일뿐이었다.
“아참,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왔네? 말했던 야채는 전부 사온거야?”
“당근과 피망은 말씀하신대오 전부 사왔고, 그밖에 찬거리도 전부 샀지만, 세일중이던 대파는...”
‘파’부분에서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푹 하고 숙이는게...
“쿠후후후후후”
격전의 전리품인 대파를 쥐며, 냐하하핫 하고 헤픈 웃음을 흘리는 한명의 여자가 아수라장의 한가운데에 고고히 서있다.
꽤나 거친 싸움이었느지 본래대로라면 꼿꼿히 서 있어야할 대파는,끝부분이 흐물거리며 바람에 휘날리는 흐느적 대파가 되어있었다.
“냐~ 하하하하핫”
무의식중에 ‘어이구’라는 말을 내뱉으며,한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굳이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
소연씨의 대파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을런지.
“갑자기 왜그러세요? 어디 아프신데라도..?”
한숨어린 내 행동에 놀라 묻는 그녀의 질문에 적당히 대답한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저길보니 골치가 아파와서요.라는 말이 목규멍까지 치밀어 올라왔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꿀꺽 삼킨다.
“근데, 오늘반찬을 뭘로 하길래 파를 사려는거죠?”
가볍게 분위기라도 전환할겸, 질문을 꺼내자,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답한다.
“아, 볶음밥이라도 해볼까 하려구요.”
“그렇군요, 파를 넣을게... 에엑?! 볶음밥...?”
파가 들어가는거였던가, 그게? 볶음밥이라는 메뉴에 대해 잠시 고찰해본다.
“그냥 단순히 기호식품이라던가, 취향적인 거니깐 그렇게까지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됩니
다.”
조금이나마 알아듣기 쉽도록 부연설명을 덧붙여주는 소녀의 친절에, 무슨뜻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수는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볶음밥에 대파라니, 개인적인 취향 치고는 조금 많이 특이하다. 라는 생각을 지울수는 없었다.
아니, 조금 특이한게 아니잖아!
[CG첨부]
지금의 이런 이미지 대로라면 확실히 이상해!
그냥 통째로 올려놓는다는걸까? 아니지, 아니야 확실히 그건 카레에도 써먹지 않을것도 같고, 그렇다면 역시나... 깍둑썰기라던가.. 은행썰기...?
아아아~ 나의 빈곤한 상상력으로는 전혀 상상이 안되고있어...
“에에, 파를 넣는다면 어떤 방식으로...썰어서 넣는거죠?”
나의 질문에 다들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릴뿐, 대답은 하지 못한다.
“그러니깐 야채에도 여러 가지써는 방식이 있는게... 요컨대 통썰기라던가 나박썰기 같은...
그게 아니라면 와일드하게 통째로...?”
“그러고 보니 어떻게 썰어 넣었더라? 어슷썰기라던가 연필썰기였던가? 으으음... 요리할 때...”
“그냥 양파랑 당근처럼 잘게 다져서 넣으시잖아요.”
동상이몽인가, 같은 주제에 같은 재료인데도 생각하는거나 말하는게 전부 따로따로논다
그나마 제일 신뢰성 있는게 이 소녀의 말인것 같다.
“맞아, 그냥 잘게다져서 전부 넣었었지, 참...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는거죠?”
“아니아니, 그냥 좀 특이하달까, 특별한 레시피니깐 궁금해서 물어본거예요. 나중에 한번
만들어 볼까 해서...”
하하하하, 하고 웃음으로 어떻게든 얼버무려 본다.
“카레에 파를 넣으면 어떤맛이 나죠?”
“으음, 뭉글뭉글한게 달착지근하다던가, 아삭아삭하다던가”
꽤나 미묘한 표전으로 관자놀이에 검지를 대고 고심하는게, 한마디로 정론하기 힘든맛인가보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는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면 언제까지고 ‘카레와 파의 궁합’에 대해 계속 고민할것 같은 기운을 감지했는지, 소녀가 그녀의 관심을 다른쪽으로 돌렸다.
“파는 어쩔수 없이 집에 조금 남은 것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그보단 다른 찬거리를 사러가야죠, 시간이 예정외로 많이 지났습니다. 이대로 어영부영하게 시간만 보내다간 켈리가 또다시 난동을 부릴지도 모른다구요.”
“우웃?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어쩌지? 아직 사둬야 할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미리 전부 다 사두었습니다. 딱히 사야할건 이제, 파 말고는 없어요.”
“벌써? 빨라!”라며 놀라는 그녀와,
“시간도 슬슬 다되가니 가보도록해요”라는,
소녀의 모습에 나이와 사리판단의 상관관계는 정비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실소를 머금치 못했다.
“이대신 잇몸이라도, 오늘은 파대신 양파라도 넣어볼까? 오늘은 양파도 싸잖아.”
“아니! 잠깐만요. 켈리는 양파를 못먹... 어딜 가시는거예요?! 제말은 끝까지 들으셔야죠!!”
양파를 집어 계산대로 향하는 그녀를 제지하려던 소녀는 문득 생각났는지, 내쪽을 향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하바터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뻔 했군요. 저희 아가씨를 잠시나마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살펴?아가씨? 영문모를 소녀의 말에 어리둥절하는 사이 소녀는 계산대에 있는 그녀에게 달려나가고 있었다.
“잠깐! 무슨...”
소녀에게 다가가, 손을 뻗으려는 순간, 눈앞이 어두워져버렸다.
“아, 으아?”
갑작스런 상황에 눈을 깜박박여도 보고, 고개를 흔들어도 봤지만, 여전히 눈앞은 깜깜했다.
순간, 머릿속에서 잊고있었던 불안한 요소 한가지가 생각나버린다
이윽소, 그 불안과 공포는 실체를 가져 소리로써 구현되, 자신의 존재를 표출해낸다.
“누~ 구~ 게~ ”
크와아아악!
괴성과 함께 눈앞을 가리고 있는 손을 치우며 계산대쪽으로 시선을 옮겨 둘러봤지만두사람은 벌써 계산을 끝마치고 갔는지, 계산대에는 생소한 사람들만이 눈애 들어올분이었다.
그리고, 등뒤에는 예상대로 불만가득한 표정으로 부루퉁 볼을 부풀린 소연씨가 서있었다.
“부우~ 재미없는 신부~. 부우~ 시시한 반응~”
아쪽을 향해 한껏 야유와 불만을 토로하는 저사람.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와 나잇값의 상관관계는 실은 반비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마구마구들게 하는 표본이었다.
제발, 나잇값좀 해요!! (철좀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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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바이바이”
전리품을 가볍게 들어 반대쪽으로 걸어나가는 소연씨를 잠깐 쳐다보고는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공원)
해가 점점더 길어지는 계절이여서인지 평소라면 텅 비어있을 시간대에도사람들을 꽤나 볼수있었다.
이 시간대에서 느낄법한 쌀쌀함이 어느새 포근함으로 바뀐것도 사람들을 밖으로 나오게 한
또 하나의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노을에 발걸음도 길게 늘어져 평소와는 다른느낌의 가로수 사이룰
걸어나갔다 (집)
집에 들어설 무렵렌 해가 완전히 저물어버려서, 집안은 온통 칠흑뿐이었다.
(달깍-)
아무말없이 거실의 불을 켜고, 소연씨에게 받은것들을 식탁위에 놓았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 채소라던가 받은것들을 차곡차곡 안에 쌓아두었다.
같이 있었던 자매같아 보이는 두여자나, 부랑자의 발에 채여 넘어진것, 소연씨와 엮여 파를산일, 여러 가지 일이있었지만, 그런 소란스럽고 즐거운기분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착-하고, 차갑게 가라앉았다.
“혼자사는주제에 분수에도 안맞게 이런 무식하고 쓸데없이 넒은 집에 눌러 앉아버리니깐...”
약간 한숨을 쉬며 한탄섞인 혼잣말을 해보지만, 되받아 쳐주는 말같은건 들려오지 않았다.
어차피 들어줄 사람도 없는, 혼자사는집이니깐...
기계적인 동작으로 봉투안의 몇 개 안되는것들을 냉장고에 전부 쌓아두고, 몇가지 빼놓았던 재료들로 저녁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극히 심플한 식단으로 내일 아침까지 먹을 양만큼만 간단하게 만들었다.
가볍게 저녁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선반에 다시 쌓아올렸다.
대충 몸을씻고 방으로 들어갔다.
불도 켜지않고 대강의 손어림으로 시계알람을 맞추어놓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처음엔 티비라도 볼까. 하는 생각이 잠깐이나마 들었지만, 귀찮은데다가 이불속이 따뜻해서 그냥 누워있기로 했다.
결국 두사람은 어떤사이였을까? 겉보기엔 나이차가 있는 자매같았지만, 말투로 봐선 자매사이는 아닌것 같고, 뭔가 묘한 분위기라고 밖에 추산할수없었다.
그렇게 잡생각을 얼마나 했을까, 스르르 눈이 감겨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럭저럭 보통인 하루였어. 그생각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 by | 2009/01/07 07:36 | Over Justice | 덧글(0)




